아카기의 회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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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이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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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시라사와 케이네가 집필한 역사서.


◆『인계 성립 이전 – 던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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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원리는 번성하고, 또한 변화하는 것이다.

신오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아르세우스는 세 분신들과 호수의 수호자들을 시작으로 『올드 타입』을 창조했다.
이 태초의 포켓몬들이 환경에 적응하고, 종과 종을 넘어 알을 만들면서 포켓몬의 수는 많아지고 형태는 점점 더 다양해져갔다.

생물은 본능적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장소를 원한다. 그것은 고대에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고대의 포켓몬들은 「타입」의 에너지가 밀집되어 충만한 장소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했다.
오늘날 우리들은 이러한 장소를 「던전」이라고 부른다.

상성이 맞는 던전 깊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 포켓몬은 힘을 얻는다.
던전에 넘치는 자연의 힘 덕에 먹을 것을 구하는 데에도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던전 깊은 곳에는 포켓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들간의 생존 경쟁은 치열해졌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한 개체가 『주인』이 되고 『주인』을 중심으로 던전의 질서가 재편되었다.
오늘날 던전의 『주인』들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던전의 축적된 자연의 힘을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뿐더러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수많은 포켓몬들은 「협회」가 관장하는 시티에서 거주한다.
시티는 수많은 트레이너와 기술을 배출하는 문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으로 사회와 문명이 발생한 것은, 오히려 「던전」,그 중에서도 오늘날 「이계」라 불리는 고심도의 영역이다.
『이계의 주인』이 다스리는 장소야 말로 사회의 중심지였고 『주인』이 다스리는 힘의 질서가 유일한 사회였다.

우리가 사는 시티는, 당시에는 변경 중의 변경에 불과했다.
자연의 힘이 적어 척박하고, 강해지기 어려운 땅.
경쟁에서 탈락하여 던전의 중심부에서 밀려낸, 약해빠진 포켓몬들의 피난처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변경 중의 변경이 오늘날 문명이 번성하는 도시가 될 수 있었는가?


◆『인계 성립기 ① – 약자가 풍족하게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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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를 비롯한 높은 심도의 던전은 타입의 에너지가 넘처흐르는 강력한 파워 스폿으로써
태초의 포켓몬들이 살기엔 매우 쾌적한 장소였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기후와 다양한 이상현상 때문에, 집을 짓거나 재산을 축적하는 것은 어려웠다.
던전을 개발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더욱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당시의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던전에 거주하는 것만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었다.
식량도 풍족했고, 자신보다 강한 자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던전의 주인들은 굳이 불필요한 모험을 벌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자연 환경을 포켓몬이 이용하기 좋게 변형하는 여러가지 기술은, 오히려 변경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맛 좋은 나무열매를 찾고 개량하는 방법, 「소지품」의 기원이 되는 보조 도구를 만드는 방법,
햇볕이나 비바람을 피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과 이부자리를 만드는 방법…
던전 중심부의 혼돈을 피해서, 다양한 기술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원시적인 기술들 덕에
변경의 포켓몬들은 더 이상 던전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그보다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
기술을 만드는 영리한 포켓몬, 근면하게 일하는 포켓몬, 다양한 포켓몬이 모여서
던전의 부족의 거주지보다도 훨씬 큰 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마을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티의 기원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떠돌이 포켓몬들이 오고 가며
마을의 존재는 다른 마을에도 전해지기 시작했고
마을들은 서로가 가진 기술과 자원을 교환하며 훨씬 더 풍족하게 살기 시작했다.

변경의 포켓몬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이계의 포켓몬들보다 못하게 산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신들을 서로 지탱하며 살아가는 존재라 하여…

인간(人間)이라고 칭하고, 자신들이 사는 땅을 변방이 아니라 인간이 사는 장소라 하여
이계(異界)와 구분하여 인계(人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인계 성립기 ② – 약자들이 가진 것을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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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간의 교류는 서로를 발전시켰으나, 모든 교류가 평화적인 형태였던 것은 아니었다.
현재의 인계가 협회를 중심으로 단결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당시의 인계는 거래보다는 전쟁과 약탈을 통해서 각자의 마을을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어째서 서로 적대하던 마을들이
오늘날처럼 서로 일치 단결할 수 있게 되었는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은 인간끼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합의한 걸까?

아쉽게도 세상은 그렇게 순진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들이 지금까지 싸우던 과거를 잊고 협력하게 된 것은
외부의 강력한 위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계』 측에서 인계의 마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약자들의 소꿉장난에 불과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약자들이 탐나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이계의 주인』들은 차츰 인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최초의 인계 침공이 발생했다.

인계의 포켓몬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이계의 포켓몬들의 공격에 맞서려 했지만
이계의 강력한 생명 에너지 속에서 사는 이계의 포켓몬들과는 그 강함이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대부분의 마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 밖에 없었고, 수많은 인간들이 노예로 전락했다.

자신들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마을은 던전과는 멀리 떨어진 땅으로 이주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어느 선구자는 이계의 포켓몬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 선구자가 고안해낸 방법은 이계의 무리들처럼 자신의 강함만을 믿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자질을 가진 포켓몬 하나를 중심으로 뭉쳐 철저하게 집단 전투를 하는 것이었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전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지시」가 생겨났다.
이계의 포켓몬들과 싸우기 위해서 단련하는 과정에서 「육성」이 생겨났다.
전투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통솔」과 『역할』이 생겨났다.
팀의 주인이 자신의 힘을 전투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능력」의 정의가 생겨났다.

이 선구자는 자신이 힘의 질서로 동료를 지배하는 주인이 아니라.
모두가 강함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모두를 훈련시키는 사람이라고 하여
자신을 트레이너(Trainer)라고 자칭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 인계의 포켓몬들은 단결하여 『이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인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게 되었고 이계의 침공을 격퇴할 수 있게 되었다.

최초의 트레이너는 자신이 싸우는 법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자신이 없을 때에도 이계의 침공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자신이 속한 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의 포켓몬에게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다.

이렇게 최초의 트레이너에게 가르침을 받은 트레이너들은 『이계』의 침공을 격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들 중 강자는 주변 「던전」의 『주인』의 자격을 얻어 마을의 안전을 지키게 되었다.
이렇게 『주인』 자격을 얻게 된 이들이 오늘날 「체육관 관장」의 기원이 되었다.

같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트레이너들이 서로 다른 마을에 존재하게 되자
서로 다른 마을끼리도 함께 힘을 합쳐 『이계』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마을이 모인 공동 방위 조직은, 오늘날 「포켓몬 협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계의 침공을 저지하고 인간들이 싸울 수 있는 법을 알려준 영웅은
최초의 포켓몬 협회의 창설자가 되었다.
그가 정립한 싸움법은 오늘날까지 「포켓몬 배틀」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쉽게도, 그 영웅의 이름은 오늘날에는 전해지지 않는다.